*** 해미국제성지 *** 미카엘 6 6 07.21 12:37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해 해미성지를 찾았을 때 모습당시 대전교구장이였던 유흥식 추기경이 영접하고 있다. “해미 국제성지” 논두렁 사이로 한가로이 핀 들꽃들. 고즈넉하게 펼쳐진 너른 들판 위에는 아지랑이만 아른거렸다. 더위에 지쳤는지 느리게 우는 매미 소리 사이로 이따금 울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정겹다. 이런곳이 무려 100여 년에걸쳐 수천명이 순교한 참혹한 학살의 현장이라니….2020년 11월 교황청이 승인한, 국내 유일의 국제 성지인 충남 서산시 해미국제성지를 14일 찾았다. 기록적인 극한 호우로 안타까운 수해를 당하기 며칠 전이었다. 성지는 신자들이 빈번히 순례하는 거룩한 장소. 가톨릭에는 교구장이 승인하는 교구 성지, 주교회의가 승인하는 국가 성지, 교황청이 승인하는 국제 성지가 있다. 아시아에서 국제 성지는 필리핀 마닐라 안티폴로 대성당, 인도 첸나이 성 토마스 대성당에 이어 세 번째다.해미 지역에선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1871년) 등을 거치며 100여 년 동안 수천 명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이 기록된 사람만 132명. 특히 병인박해 시기에는 관헌들이 교수형과 참수 등으로 한 명씩 처형하는 데 지쳐 아예 물웅덩이와 구덩이에 수십 명씩 몰아넣고 생매장하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경내 노천성당 옆에 상당한 깊이와 너비를 가진 ‘진둠벙’이란 이름의 웅덩이가 있는데, 팔을 묶고 끌고 가던 신자들을 거꾸로 떨어뜨려 죽게 한 곳이다.기독교 전통이 깊은 나라도 아니었는데, 목숨을 버려서까지 자신이 택한 길을 간 이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종교를 떠나, 그 무엇으로든 자신의 삶을 진실함으로 채우려 했던 옛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2025, 7, 21. 서산: 이진구 기자.